27세 UNIST 백수정 박사, 스마트 팩토리 이끌 교수 되다!
2018.09.0327세 UNIST 박사, 스마트 팩토리 이끌 교수 되다!
전 학위 UNIST서 마친 백수정 박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임용
박사 취득 6개월 만에 성과… 울산서 수행한 미래형 공장 연구가 비결
‘최초에 도전하라(First In Change)’는 학교 슬로건을 따라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앞으로도 경계를 허무는 융합 연구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UNIST 제어설계공학과 출신의 백수정 박사(1990년생, 만 27세, 지도교수 김덕영)가 9월 1일(토) 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교수에 임용됐다. 지난 2월 박사 학위를 취득한 지 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백수정 박사의 연구 분야는 스마트 팩토리다. 스마트 팩토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설계, 제조, 서비스 등 제품 생산과 활용의 전 과정에 지능을 부여함으로써 자율생산과 자가학습을 가능케 하는 ‘지능형 공장’을 말한다. 제조업 혁신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힌다.
백수정 박사는 특히 자동차와 선박의 엔진 등 기계 설비의 고장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개발에 중점을 두고 연구해왔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장비 상태를 예측하고, 적절한 시기에 정비가 이뤄지도록 돕는 일이다.
백수정 박사는 “현실을 곧바로 개선하는 연구를 수행해오면서 개인적으로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필요한 인재로 인정받게 됐다”며 “스마트 팩토리 연구에 앞장서고 있는 한밭대에서 새 도전에 나서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9년 UNIST 1기로 입학한 백수정 박사는 모든 학위 과정을 UNIST에서 마쳤다. 학사와 박사를 모두 UNIST에서 받은 첫 번째 교수가 된 것이다. 그녀는 빠른 임용의 비결로 전문가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를 선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녀는 “학부 입학 때만 해도 스마트 팩토리는 많은 사람에게 생소했던 분야”라며 “김덕영 교수님의 지도와 더불어 융합과 도전을 강조하는 UNIST의 학풍이 있었기에 낮선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융합 연구에 관심이 많았던 백수정 박사에게 제어설계공학은 맞춤전공이었다. 설계, 제어, 공정, 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조합이 필수적인 학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학부생 인턴으로 김덕영 교수 연구실에서 산업체 과제를 수행하면서 처음 스마트 팩토리를 접했고 금세 매력에 빠졌다.
울산이라는 환경은 백수정 박사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스마트 팩토리를 접목해 공정 개선을 도모하는 업체들이 많아 연구할 거리도 풍부했던 것이다. 제조업 현장에서 고민하는 문제를 가까이서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연구에 깊이도 생겼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선박 엔진 고장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소프트웨어 개선과 정비 지침서를 수정하는 등의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덕영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스마트 팩토리 연구는 기계공학, 설계, 제어공학, 전자공학,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전공이 하나로 모여 산업계 전반에 혁신을 창출해내고 있는 중요한 분야”라며 “UNIST는 우수한 설비와 인력을 확보해 지역 산업체와의 공동 발전을 위한 스마트 팩토리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는 2018년 교육부가 지원하는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사업(4년간 40억 원)’에서 스마트 팩토리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주관학과로 선정돼 혁신적 교육 ‧ 학습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백수정 박사는 스마트 팩토리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 받아 산업경영공학과의 사상 첫 여성 교수로 임용됐다.
※ 백수정 박사와의 일문일답
Q1. 박사 학위 취득 6개월 만에 교수로 임용됐다. 비결이 있다면?
A1. 전공한 분야가 전문가 수요가 많고 화두가 되는 영역이었던 것이 빠르게 임용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면서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제조업 혁신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관련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부분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UNIST에서 다양한 전공을 탐색하며 관심을 쌓아왔던 것이 현실의 필요를 읽고 그에 맞는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됐다. 현실에 필요한 연구를 하는 것에 뿌듯함과 자부심을 가져왔었는데, 이런 노력들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
Q2.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가 됐다고 들었다.
A2. 알고 보니 처음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평소 여성 공학자라거나 최초라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 다른 연구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연구하는 분야가 새로워서 그런지 처음인 것이 많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거나 교수 임용을 준비할 때 모두 ‘처음’이라서 어려움을 겪기는 했다. 조언을 구할 선배가 없었고 롤 모델로 삼을 사례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고민을 들어주시고 조언해주시는 김덕영 교수님이 계셔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Q3. 스마트 팩토리 분야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A3. 처음 UNIST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기계, 산업 등에 대해선 관심이 많지 않았고 잘 몰랐다. 입학 후 1년 간 다양한 전공을 탐색해보고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학 및 시스템디자인’ 트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계공학이나 전자공학처럼 보편적인 공학 전공이 아니라 기계 설계와 산업 전반을 다루는 융합 전공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스마트 팩토리를 만난 건 학부시절 인턴으로 들어갔던 김덕영 교수 연구실에서였다. 스마트 팩토리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지만, 연구실에서 근무하다 보니 점차 관련 과제나 연구들이 활발해졌다. 현대중공업 등 산업체 과제를 수행하면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 장비관리,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을 진행하면서 좀 더 흥미를 갖게 됐다. 대학원 과정에 진학하면서 깊이 있는 연구와 탐색을 할 수 있었고, 이 분야를 전공으로 삼아 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김덕영 교수님 연구실에선 스마트 팩토리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실에서 함께 공부한 사람들도 좋은 평가를 받아 삼성전자, 네이버, 현대중공업, ASML, 내쇼날 인스트루먼트 등 유수의 기업에 취업해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Q4. 울산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연구하는 것의 장점은?
A4. 제조 산업체와 가까이 위치해 있고, 그만큼 자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중공업, 자동차, 부품회사 등 스마트 팩토리에 관심 많은 산업체가 많다. 이들 산업체 과제를 수행하면서 실제 현장을 방문하면 제조업의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현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문제를 깊이 있게 인식할 수 있으니 개선방안에 대한 고민도 심도 있게 할 수 있었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선박 엔진 고장의 원인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고, 이는 실제 회사 내의 지침서와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Q5. 새로 꾸려진 UNIST 산학융합캠퍼스에서 연구를 해왔는데, 어떤가?
A5. 제어설계공학 트랙이 산학융합캠퍼스로 이전하면서 마련한 전용 공간은 연구에 더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스마트 팩토리 연구를 수행할 때, 실제 공장을 멈추거나 장비를 고장낼 수 없기 때문에 실험을 위한 전용설비를 구축하고 여기서 데이터를 획득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산학융합캠퍼스에 구축된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우수한 논문을 쓸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Q6.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6. 아직 누군가에게 조언할 만큼 많은 경험을 쌓이지 않아 조심스럽다. 다만 평소에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뭐든 이뤄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연구자로서 UNIST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원하면 쓸 수 있는 훌륭한 장비들이 있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손을 내밀어주시는 교수님들이 많이 계신다. 모두에게 ‘다 잘 될 거야’라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