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인 울산권의 주민들이 지진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불과 4년여 전에 발생한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재난의 기억이 완전히 가시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진앙)은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제일 가까우며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그리고 고리,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와도 지척의 거리에 있다. 원자력발전소,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등 원자력시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남동임해 공업단지인 중화학 공업 시설들도 지진이 발생한 지점으로부터 가까운 울산 동구에 위치해 있다. 이로 인해 원자력시설과 관련 산업시설의 종사자들은 비상 근무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만에 하나 이번 지진이 진앙으로부터 가까운 이들 시설에 영향을 미쳤다면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여 중화학 산업시설의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음을 상상하게 한다.
국내 원자력발전소는 지진에 의한 영향에도 끄떡 없도록 내진 설계가 되어 있다. 보통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정도를 나타낼 때 중력 가속도를 사용하여 나타낸다. 고리 발전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발전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표면에서의 중력(가속도) 보다 20% 더 센 힘(지반 가속도 0.2g라고 함)에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특히 최근 건설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4호기와 건설 예정인 5·6호기는 30% 더 큰 힘(0.3g)에도 견딜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지반 가속도가 0.2g, 0.3g라 함은 각각 리히터 규모 6.0(파괴 발생), 7.0(심한 파괴 발생) 정도에 해당하는 값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순간적이지만 좀 더 몸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도 평상시의 지구 중력 외에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순간에 관성으로 인하여 힘을 조금 더 받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정도로는 우리가 주저 앉거나 구조물이 변형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지진으로 인하여 추가적인 힘이 땅이나 건물에 가해지면 그 힘의 정도에 따라 크고 작은 흔들림을 느끼고 매우 심하면 시설물의 변형, 파손,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지진으로 인한 지반 가속도가 0.01g가 되면 발전소에 지진 경보가 발생하고, 0.1g이면 수동으로 정지, 0.18g가 되면 발전소는 자동으로 정지가 된다. 이번 지진으로 인하여 지진 발생지로부터 51㎞ 떨어진 월성 발전소는 0.0144g(중력가속도의 1.44%)의 관측값을 나타냈으며 고리 0.0092g(68㎞, 중력가속도의 0.92%), 한빛 0.0004g(325㎞, 중력가속도의 0.04%), 한울 0.0008g(184㎞, 중력가속도의 0.08%)을 각각 보여 주어 원자력발전소 설계 기준인 0.2g(중력가속도의 20%)과 비교하면 매우 작아 원자력발전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음이 확인됐다. 내진 설계값이 0.2g인 원자력발전소에서 특히 원자로 건물은 실제로는 이보다 더 큰 0.9g, 대략 중력하고 비슷한 정도의 힘에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진·쓰나미로 인한 자연재해로 인한 침수에 대비해 비상전력 공급용 디젤발전기를 안전한 곳에 설치하고 정전에 대비한 발전소내 축전 설비를 독립적으로 확보하였다. 또한, 핵연료 손상으로 인한 수소 가스 대량 누출이 폭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소 제거 설비를 갖추는 등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올들어 한반도에서 지진이 30차례 발생하는 등 지진의 발생 횟수가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2011년 동아시아 대지진 이후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인적 오류, 자연 재해에 대한 기술적 안전성 강화는 물론이고 인근 주민들이 마음 놓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상황이 일어나고 나서 평가해보니 안전하다고 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원자력발전소 운영에 의하여 직접 발생할 수밖에 없는 방사선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없음을 지속적으로 확인함으로서 가능하다.
특히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원전 반경 30km로 확대된 만큼, 이번 지진을 계기로 기존의 환경 방사선 감시와 방사능 방재 활동을 더욱 심화하면서 국내 원전의 절반 이상이 모여 있는 울산 앞바다의 수중·해양 방사선 환경 안전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사회적 모니터링 시스템의 심층적인 마련이 요구된다.
김희령 UNIST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7월 12일 경상일보 3면에 ‘[울산지진-전문가에게 듣는다]“올들어 30차례이상 지진·횟수도 늘어 방사능 감시,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2016. 07. 13 │ UNIST 홍보팀 │박태진 기자)